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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도 목표가 제주도 올레길 돌기,국토종주, 한반도 횡단이다.
세 개의 과업중 두번 째 과업이다.
국토 종주길에 나선다. 정서진, 이름이 생소하다. 정동진은 많이 들어봤지만 정서진은 웬지 나선 감이 있다.
하기야 정동쪽이 있으면 정서쪽도 있는게 당연한 이치아니겠나.
주변을 둘러보고 기념촬영을 한다. 자전거 종주길에 나선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마라톤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해양주권이어도를 지키자' 현수막을 펼치면서 국토종주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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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해양의 가치는 높아진다. 이로 인해 국가간에 갈등,분쟁이 생긴다. 우리나라처럼 영토가 좁은 나라는 해양으로의 진출만이 미래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다. 우리의 해양에 대한 인식수준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특히 조선은 공도-섬을 비워두는-정책과 해금-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하지말라-정책으로 바다를 멀리 했다.
이런 배경이 밑바탕이 되었는지 육당 최남선 선생은 '해양과 국민생활'이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힘주어 말하고 있다.
"우리 민족이 바다를 알고 지낸 시기는 영광의 시기였고, 바다를 잊어버린 시기는 환란과 시련기였다. 한국을 구원할 자는 바다의 나라로 일으키는 자이고 한국을 구원하는 것은 바다에 사는 나라로 고쳐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이어도 지킴이로서 국민계몽운동을 하고 있다. 선진국이 되려면 노동,자본,영토,기술 4가지요소가 필요한데 영토를 제외한 모든 면에서 선진국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영토다. 육상의 영토는 한계가 이미 정해져 있다. 해양영토. 이어도의 배타적경제수역을 확보하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 국민들이 동참하고 국가는 외교력을 펼쳐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출발점에 633킬로라는 팻말이 있다.
얼추 계산해보니 한 번에 30킬로씩 달리면 21회면 종주가 가능하다. 주말을 이용하여 적극 진행하기로 결심한다.
정호승시인의 '정서진'시비가 보인다. 자연은 순환하고 저녁이 있기에 아침이 있고 해가 지기에 떠오른다. 저녁에 종주를 마칠 무렵에 어울리는 시다. 하지만 출발점에 있는 나는 떠오르는 해로 생각하며 읽었다.
출발이 경쾌하다. 2킬로 쯤 지나니 몸에서 땀도 나고 기운이 상승한다. 가득 차 넘실거릴 듯 일렁이는 아라뱃길은 충만감으로 다가와 더욱 힘이 난다. 머리를 무겁게 하는 그 무엇도 눈앞의 경관앞에는 지배당하고 넉다운 되고 말 것이다.
인공과 자연, 인공은 꾸밈이고 자연은 그대로이다. 넘실거리는 물줄기는 자연과 인공의 조화에서 연출되는 멋진 장면이다. 절기상 청명이라 더욱 날씨는 청명함 그 자체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강은 넘실대고 공기는 맑아 호흡이 부드럽다.
4경으로 명명된 아라폭포 앞을 지나면서 초콜릿을 하나 꺼내 물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라이더들도 휴식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인공폭포의 높이가 장대하다. 폭포를 보면 언제부터가 하중을 견디지 못하는 하부조직의 중압감같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보고 느끼고 즐기는 자는 눈의 호강이요, 삶의 재미이지만 당하는 쪽에서 보면 엄청난 가학과 시달림에서 울부짓는 소리가 폭포의 굉음아닐까?
굴현프라자를 지나 두리생태공원에는 상춘객들이 저마다 먹거리를 준비해서 봄을 즐기고 있다.
캠핑카를 옆에 두고 생맥주를 마시는 두 여인이 눈에 들어온다.
잔뜩 움츠렸던 겨울이 지나니 코로나19의 위력과 불안감도 잠시 사라지는 듯하다. 생동하는 봄앞에 코로나19는 언제쯤 우리곁을 떠나갈까? 하기야 인간의 자업자득-환경파괴에서 오는 생태계의 변화-을 생각하면 우리가 노력하는 길 밖에 없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중간중간 도심의 배수로와 연결된 곳에는 폭기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산업사회의 시스템은 각자 위치에서 역할을 다하며 일체화 되어 돌아가게 만들어져 있다. 내가 단지 모를 뿐이지.
주로 저 먼발치는 북한산이 우뚝 솟아 서울에 입성하고 있음을 알린다.
한강갑문에 이르니 자전거가 잔뜩 누워서 라이더들과 휴식을 취하고 있다. 틈새를 놓칠리 없다. 음료수와 간편식을 준비한 상인들이 기회를 잘 포착하고 매상을 올리고 있다. 사람이 곧 돈인가 보다.
한강길로 들어서니 젊은 남녀가 달리기를 하고 있다. 온통 라이더들 판인데 런너를 만나니 반갑다. 손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속도에 맞게 달린다. 자전거 도로와 인도 사이. 잠시 인도가 보이지 않는다. 자전거도로를 뛰어가니 한 라이더가 자전거 길이라고 외친다. 휴 ~~
라이더 입장에서는 자전거 진입에 방해물 일 수 밖에 보이지 않는다. 런너입장에서는 길을 제대로 냈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지. 참으로 여유없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라뱃길과 달리 한강은 수질이 확연히 좋지 않다. 부유물도 많고하여 환경을 상쇄하기 위해 고개를 강쪽이 아닌 도로쪽을 돌리고 때로는 건너편 북한산을 바라보면서 달린다 .
먼 발치 여러개의 다리가 있다. 방화,가양,성산, 당산대교.
목표지점인 당산대교를 바라보며 전력질주해 본다. 상쾌한 하루를 1구간을 마무리 짓는다.
30.9km를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