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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에 올라 눈을 감고 봉수대에 기대어 본다
귀와 눈, 눌러 쓴 모자에도 바람이 일렁거린다
물끄러미 숲 속을 바라보니
개나리가 웃고 복사꽃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굴참나무 잎은 가지를 붙잡고 버티지만
속 기운에 밀리고 바람에 치여 휘리릭 몇 바퀴 돌더니
땅바닥에 주저 앉고 만다
상춘객1, 점퍼와 안경을 벗어 들고 땀을 닦는데
순간, 전화벨의 컬러링은 '비발디의 봄'을 내보낸다
상춘객2, 휴대폰 자판기를 열심히 두드리고 있다
소중한 사람에게 봄 소식을 알리고 있겠지
사계절이 운행하고 만물이 생장하지만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
하늘이 무슨 말을 하더냐!
그저 바라(希) 봄(望)
봄은 희망이다